내가 왜 글을 쓰고는 싶은데 못 쓰고 있나에 대한 고찰

글을 쓰고는 싶고 쓰고 싶었던 것들은 많은데, 막상 무언가를 써보려고 키보드 앞에 앉으면 뭘 써야 할지 막막해진다.

그래서 그 동안 이것저것 생각났던 아이디어 거리들을 뒤적거려보면, 진짜 재밌을 거 같다고 생각하며 적어뒀던 게 꽤나 많다.

그럼에도 그걸 다시 글로 탄생시키기 위해 머리를 굴려보면 잘 되질 않는다. 나는 이게 내 글쓰기 실력이 부족해서라고 생각해 왔다. 근데 아니었던 것 같다. (물론 내 글쓰기 실력이 뛰어나다고 생각하지도 않지만)

일단 소재가 있는 것의 경우, 단순히 소재만 존재하는 것이 많았다. 진짜 재미있을 것 같고 참신한 세계관이라고 생각은 하는데 문제는 그래서 뭐? 그게 어떤 이야기인데? 하면, 스토리가 없다. 그냥 이런 소재거리 저런 소재거리를 하나의 바구니 안에 차곡차곡 쌓아두기만 해놓은 것이다. 그 바구니 속에서 무언갈 선택하여 가공하고 요리를 만들어야 하는데 그 단계를 시작하지 못 했던 것 같다.

그리고 또, 스토리가 있는 것도 있지만 대체로 그 스토리가 매우 가볍다. 이야기가 가볍다는 얘긴 아니다. 그저, 임팩트가 없다. 뭔가 확장성을 가지고 있는 게 아니라 단순한 한 순간의 상황, 하나의 장면으로만 이루어진 것이 많았다. 그것보다 좀 더 나아간 것이 있다 해도 전하고자 하는 메세지가 없어서 그저 밍숭맹숭하다.

돌아보면, 그렇게 쌓아갔던 것들이 너무 많아서 새롭게 생각해보고자 노력을 게을리 했던 것도 있었다. 근데 시대는 변한다. 그것도 너무나 빠르게. 작년에 나왔던 이야기들 조차 너무나 구식이 되어버리는 순간들이다. (물론 레트로가 또 다시 유행하고는 있다만)

 

소재가 없다

그렇게 따지고 보니 쓸 만한 소재가 없다. 손이 굳고 머리가 굳었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다시 머리를 좀 굴려야 할 때가 아닐까 싶다. 의식적으로라도 좀 해볼까 싶다.

그리고 오늘 역시나, 이런 고찰들은 샤워할 때 제일 번뜩한다.

나는 항상 머리감을 때 진짜 좋은 소재들이 많이 생각나는데 항상 그냥 날린 게, 생각해두고 있다가도 욕실문을 열고 나오면 마치 물에 씻겨내려가듯 사라져버렸기 때문이다. 메모도 할 수 없는 상태인데 왜 항상 이러나.

근데 좀 생각해보니까, 아무래도 내가 온전히 '생각'만을 할 수 있는 시간이기 때문인 거 같다. 뭔가 물이 있는 곳에서도 메모가 가능한 메모지나 볼펜 같은 게 있어야 하려나. 혹은 손까지 쓰지 못 할 경우가 있으니 음성인식으로 메모가 가능한 것이라든지. 나에게 참 절실한 것 같다.

놓치고 마는 재미있는 소재거리들이, 분명 있다. 나에게 이것저것 흥미로웠던 것들이 참 많았는데. 아마 최근 우울감으로 인해 세상과 주변에 관심을 두고 싶지 않아하고 철저히 외면하고자 했던 게 영향을 미쳤기도 하겠다. 확실히 이제는 좀 나아지다보니 예전처럼 이런저런 확장적인 생각들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나는 이런 게 필요했던 것일지도 모른다. 주변을 관찰하고 호기심 있게 생각하며 이해하고자 하는 자세들 말이다. 

지금은 나에게 정신적 여유가 생겼고, 나의 삶이 마냥 초라하거나 불행하게만 느껴지지도 않는다. 분명 상황적으로는 나빠졌으면 나빠졌지 나아진 게 없는데도. 이것을 내 주변에선 알아주지 못 하고 그저 나만이 안다는 게 조금 억울하긴 하지만.

 

그래서.

뭐 결론은, 글이 쓰고 싶다. 아주 격렬하게, 무엇이든.